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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7월이었고, 여름으로 향하기 위해 마라톤 주자가 온 힘을 다해 뛰고 있었다. 뉴스나 신문에서 심심치 않게 집단 식중독 사태가 보도되고 있던 시점이었다. 그 학교는 도시이면서도 외진 곳에 위치해 있는 작은 시골 학교라서 급식을 한다고는 해도 한 번에 급식하는 수요가 250명을 넘지 않았다. 인근 도심 지역의 학교가 한 반의 학생 수를 30명으로 잡고 10반이라고 치면 천 여명의 숫자가 급식을 하게 되는 것에 비해 이 학교의 급식실은 수용 규모나 숫자가 그다지 많은 편은 아니었으므로 당연히 취급하는 채소나 육류, 생선류의 범위도 많지 않아서 식중독의 위험을 크게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당연히 위생 상태도 평소와 비슷한 정도로 소홀할 수밖에 없었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7교시 수업에 접어들 무렵, 한 학생이 담임 교사에게 복통을 호소했다. 식은 땀을 흘리며 제대로 걷지 못하는 학생을 서둘러 조퇴시키는데 비슷한 시간에 각 반마다 복통을 호소하는 학생 수가 급격하게 늘어났다. 저, 저기....으, 으으으, 아아아아, 선, 생님. 보건실에는 이미 비슷한 학생들로 넘쳐 났지만 학교에서 손을 쓸 수 있는 방법은 없었고, 보건 교사는 틀림없이 신종 식중독 7.8버전이라고 단언했다.
"보이시죠, 이 이마에 생기는 식은땀의 크기가 지름0.5mm인 점, 급격하게 동공이 좌우로 흔들리며 안구에 습기를 일으키고 있는 점,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반복되는 으악으악 네 글자의 신음소리의 반복인 점으로 미루어 보아 틀림없어요. 이 상황이 계속 지속되면 얼굴과 몸 전체에 푸른 식은땀이 흘러내릴 겁니다. 푸른 곰팡이균이 균 자체로만 존재하지 않고 인간 내에서 서식하게 되는 거죠. 그 전에 어서 입원시키고 치료해야 합니다." 인근 병원은 실려온 환자들로 가득했다. 신종 식중독에 감염된 환자는 총 30여 명 정도 되었다. 신종 식중독에 걸려 푸른 땀방울이 나는 단계까지 치료가 되지 않으면 이 푸른 땀방울은 천에 염색이 되는 것처럼 피부에 푸른색 그대로 잔존하기 때문에 학생들의 미래에 독버섯처럼 악영향을 미칠 수 있었다. 신종 식중독은 유럽에서 발견되었지만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발병되었기 때문에 관심들이 대단해서 매스컴의 집중 표적이 되었으며 교육청에서도 신속하게 관리 인원이 파견되어 진상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학교에는 항의 전화가 빗발쳤고 담당 직원을 찾아내서 징계하라는 요구가 속출했다. 신속하게 급식선정관리위원회가 개최되었다. 중대한 사건이 생겼을 때 반드시 책임자가 나타나 주고 다른 사람들이 이 사건과 아무 관계가 없다는 것을 증명하지 않고서는 무척 많은 사람이 지위를 잃을 지경에 놓여 있었다. 학생들의 사태가 심각해지면 학교 윗선도 조용하게 넘어가기는 어려울 일이었다. 무엇보다 학생이 아픈 일이었다. 쫓기듯 영양사가 죄인처럼 불려왔다. 이미 영양사는 교장실과 행정실과 여러 곳에 불려가 문초를 당한 상태였고 진상 파악을 위한 조사단에서 나와 급식실과 냉동고는 뒤집어진 상태였다. 채소의 공급소와 들여온 날짜까지 모두 확인되었다. "대체 무엇이 문제입니까? 함께 먹은 우리는 아무 이상이 없지 않습니까?" "오늘의 점심 식단 메뉴는 무엇입니까?" "미역국, 현미가 들어간 잡곡밥, 과일 샐러드, 탕수육, 시금치였고 김치는 따로 배치해 가져갈 수 있도록 했습니다." "아니, 대체 상할만한 음식이 없지 않습니까? 과일이 상한 것입니까?" "아니, 과일이 상할 수도 있습니까?" "아니, 이보세요. 과일이 왜 안 상합니까!!? 그럼 과일에 방부제도 안 칠했는데 천년 만년 먹을 수 있습니까?" "어허, 제 말씀은 그 말이 아니잖아요. 감도 상합니다. 감이 상하면 홍시가 되지 않나요." "김치를 따로 배치한 것이 문제가 아닐까요? 김치가 항균 작용이 있는데 따로 배치했으니 학생들이 그걸 먹겠습니까?" "일리가 있습니다. 우리 한국 사람 몸에는 김치가 가장 필요한데....쯧쯧, 우리 급식의 현 주소입니다." "그렇군요. 역시 김치가 문제군요. 안되겠어. 이봐!! 영양사 불러와!! 김치가 문제야!" "이봐요, 영양사님 지금 이 자리에 계시지 않습니까?" "지금 식중독 사태가 벌어져서 난리가 아냐! 대체 무엇이 문제였습니까? 원인을 파악했습니까?" 의도를 알 수 없는 중구난방의 대화가 잠시 멈췄고 모든 시선이 고개를 떨군 영양사에게 집중되었다. 비정규직인 영양사는 40대 초반의 아주머니였는데 홀로 중학교에 다니는 아들을 임대 아파트에 살면서 키우고 있었기 때문에 이 사건으로 해고될까봐 덜덜 떨고 있었다. 안그래도 윗 분들의 입맛을 제대로 맞추지 못해 밥이 질다, 밥이 질기다, 밥이 꼬들꼬들하다며 문초를 당하고 있는 처지였기 때문이다. 그녀가 믿고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그녀는 곰곰 머릿 속으로 식중독이 생길 만한 원인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채소는 모두 오늘 아침에 식품 회사에서 공급된 신선한 것을 사용했고 고기는 어제 받은 것을 냉동실에 넣어 두었다가 준비할 때 꺼낸 것이었다. 만약 이상이 있었다면 고기에 이상이 있었을 가능성이 높았다. 받은 즉시 식료품들을 정리하지 않고 두어 시간 동안 싱크대 위에 내버려둔 기억이 났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돼지고기를 보면서 양고기 스테이크를 생각한 것이 갑자기 후회스러워졌다. 그녀는 두 볼에 무언가 뜨거운 기운이 차고 오르는 기분을 느꼈지만 그것이 무엇때문인지는 정확히 알지 못했다. 갑자기 구석에 앉아 있던 급식 회계 관련 담당 직원이 고개를 들더니 말했다. "마요네즈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녀의 타이밍은 배드민턴 공이 라켓을 향해 날아오는 순간을 기다리다 맞춰 튕겨내듯 정확하고 적절한 지점을 찔렀다. 영양사는 그녀가 믿고 따르는 학교 안의 유일한 인물이었다. 처음 이 곳에 들어와 서럽고 억울한 일이 있을 때마다 그는 급식실에 가서 영양사의 따뜻한 말에 위로를 받곤 했다. 그녀가 생각할 때 이것은 실수였고 가끔 인간이 노력해도 어쩔 수 없는 자연의 섭리에 따라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 일일 뿐이었다. 내가 나서야 한다, 이것이 그녀의 생각이었다. 사람들에게 필요한 건 이 상황을 타개할 만한 마녀사냥을 할 수 있는 단 한 가지였다. 배드민턴 공이 상대편 라인 안에 안착하고 상대편의 라켓이 헛스윙임을 확인할 때, 승리를 확인하기 전 침묵의 순간처럼 회의실 안은 고요해졌다. 교장이 겨우 입을 열었다. ".....뭐라...고요? 뭐라....고 하셨습니까?" "마요네즈요. 과일 샐러드에 들어간 마요네즈요." 모두들 다시 침묵했다. 그리고 다시 모두들 시끄럽게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아하, 그렇군요. 마요네즈군요." "마요네즈에 유통기한이 있습니까?" "어허, 이 양반, 자꾸 무식한 소리 하시면 됩니까. 집에서 가사 일을 전혀 돕지 않으시는군요. 마요네즈에 당연히 산화방지제가 들어가 있습니다. 온도가 높을 경우 기름이 분리되기 때문 아닙니까." "허허허, 집에서 사랑받으시겠습니다." "어허, 집에서 뜨거운 사랑때문에 연기가 모락모락 나시겠습니다. 허허허." "그 몸에 안 좋은 마요네즈를 아직도 드시는 분이 있군요. 우리는 키위소스로 바꿨습니다. 집에서 손수 만들어요." "마요네즈가 몸에 안 좋은데 그걸 학생들에게 여태 먹였다니...그럼 이번 신종 식중독 7.9버전은 식물성으로 된 우리 시골 학생들에게 맞지 않는 조류성 지방으로 만들어진 마요네즈가 들어가서 생긴 역효과 현상이군요." "흠, 조류성 지방으로 만든 마요네즈라니, 큰일날 뻔했습니다. 지방 신문과 방송국에 원인을 규명했다고 발표하면 되겠습니다." "앞으로는 급식에서 마요네즈를 제외하기로 하세요. 이거 원, 불안해서 살겠습니까. 웰빙시대 아닙니까!웰빙시대." 영양사는 급속도로 가결된 원인 규명에 고개를 움찔하며 알겠다고 말하고 물러났다. 그녀는 급식실로 돌아와 커다란 마요네즈 통을 바라보며 유통기한이 1년은 더 남은 날짜를 바라보았다. 다음 날 지방 일간지에는 학생들의 체질과 마요네즈의 부적절한 조화에 대한 기사가 실렸고 신종 식중독에 걸리지 않으려는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출판사에서는 음식 체질과 음식 궁합에 관련된 책들을 만들어 미친 듯이 팔았다. 조류성 지방에 대한 위험을 알리는 기사들도 계속 지면에 할애되었다. 여성 잡지에는 조류성 지방으로 만든 마요네즈와 해산물성 지방으로 만든 마요네즈를 구분하는 방법을 실었다. 다음 날부터 급식 식단에서는 마요네즈를 찾아볼 수 없었고 모든 마요네즈 관련 소스는 다른 소스로 대체되었다. 영양사는 아들을 위해 가훈을 '마요네즈같은 인간이 되자'로 바꾸어 잘 볼 수 있는 곳에 걸어두었다. 마요네즈는 그 학교에서 여러 사람을 살린 후 조용히 최후를 맞이한 공로로 급식실 앞 화단에 작은 비석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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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등록된 덧글
여전히 탱글탱글..
저도..
by 마리로사 at 11/19 우와우와우와 이월님이다!.. by 괴이한은영 at 11/10 마요네즈가 어때서..... by 오반장 at 11/09 어디갔다 이제 오신거에요!.. by 팅이 at 11/09 어머나 돌아오신건가요!!!!.. by RieN at 11/09 오오 마요네즈의 희생.... by LaJune at 11/09 아니 이게 누구야, 이.. by 매듭 at 11/09 어디 다녀오셨어요~~~.. by 팅이 at 11/09 날이 추워지자 슬슬 수면.. by manim at 11/09 이 포스팅은 일단 선리플.. by acrobat at 11/09 "반갑다"란 말이 이렇게.. by daewonyoon at 11/09 돌아오신건가요! 기뻐요.. by 릴로 at 11/09 이글루 파인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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